Postdoc life in USA

기다림과 열매를 맺는 과정

이나바라기 2025. 5. 15. 23:50

정신없는 미국 포닥 생활이 7달이나 지났다. 첫 2~3달은 정착하고 적응하느라 정신없었고, 3~6달은 미친듯이 실적을 위한 연구를 위해 달렸다. 미시간은 추운지역이라 4월까지도 롱패딩을 입고 심지어 4월 초까지 눈도 자주 왔지만, 5월부터는 녹색 도시가 되고있다. 그러다보니 요즘 마음이 나른해지면서 휴식을 위한 것인지, 연구에 약간의 제동이 걸리는 것 같다.

그런 마음에 오랜만에 그냥 내 생각을 낙서장에 끄적여보고자 한다.

 

포닥의 목적은 명확하다.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나의 전문분야가 정해지고, 그 분야에서 내가 독립적인 연구자임을 증명하는 기간이다. 그 증명은 해외 포닥의 진학도 하나가 될수 있지만, 결국 메인은 실적이다. 아마 연구자로써의 기간 중 가장 순전히 연구와 논문작성에 집중할 수 있는 기간이 이 기간이지 않을까.

 

그러다보니 지난 몇 달간은 박사 과정 때 진행하여 결과를 낸(논문 작성으로 마무리까지는 못한) 수많은 주제들과, 미국와서 진행한 새로운 연구들로 실적(논문)을 내는데 굉장히 몰두했다. 쉴틈없이 달려온 결과, 많은 논문 초안이 완성되었다. 한국에서 진행했던 연구 3개, 미국에서 새로 작성한 논문 2개, 총 5개의 초안이 지난달까지 완성되었다. 그리고 나는 현재 각각 분야에서 논문을 동시에 더 적는 중이다.

나의 애정어린 5개의 논문들은 한국 지도교수님과 미국 지도교수님이 검토하는 중이며, 나는 하염없이 기다리는 중이다.

 

논문을 작물 키우기에 비유한다면,

키울 작물과 씨를 고르고(연구 주제를 정하고) -> 작물을 열심히 키우며(연구 결과를 내고) -> 열매를 맺고(논문 초안을 작성하고) -> 열매를 검토하여 수확하고(지도교수님 및 공저자 검토) -> 검수 및 상품화를 하고(저널에 피어리뷰를 받고) -> 최종적으로 사람들이 맛보게 한다(논문 게재)
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내가 아무리 열심히 빨리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밤새 가꾸어 열매를 맺어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가 되려면 타인의 손을 거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즉, 이 열매가 정말 잘 익었는지 언제 따는게 적절한지는 이제 조금 눈에 보이기 시작해도, 완벽하게 익은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확인이 필요한 것이다. 좋은 것만 먹인 영양가 있는 열매를 익지도 않은채 섣불리 따서 후회하지 않게끔.

이 영역은 단순한 내 노력으로 시간을 단축시킬수는 없다. 단지 기다릴 뿐이다. 그 기다림의 시간동안 나는 새로운 씨를 뿌리고 새로운 열매를 맺는데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요즘 드는 생각은, 너무 열매를 맺게 하는데에 집중하기보다 어떻게 좋은 열매가 될지, 어떤 방식으로 씨를 뿌리는게 더 좋은 제품이 될지를 고민하고 공부할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 과정은 이미 대학원때 많이 했지만 끊임없이 정진해야 한다. 최근들어 이 부분에 소홀해졌었는데 다시 초심을 잃지말고 "기본"에 항상 충실하자고 다짐하였다.

 

기다림의 미학이란 말도 있듯이 조급해하지 말고 넓은 시야와 장기적인 계획을 바라보자.

그럼 오늘 낙서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