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esearch

논문 작성과 논문 리뷰

이나바라기 2025. 1. 20. 10:13

박사 학위를 받은지 약 1년이 지났다.

오랜 대학원 생활 후 포닥으로 지내면서 바뀐점이 있다면 연구에 대한 포지션이 약간 달라졌다는 점이다.

 

물론 대학원 때도 지도 교수님의 가르침 외에 스스로 공부해서 지식을 습득하고, 주도적으로 연구를 하고,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최소한의 연구실적을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학위를 받을 수 있다(대학원 때 지도교수님은 teacher가 아니라 adviser이다. 절대로 모든걸 알려주고 졸업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그래도 학위과정 중에는 '학생'으로써 뭔가 연구 활동에 대해 제한이 많다. 그러나 포닥이 되고 나서는 특히 새로운 연구실에 왔을 때에는 지도교수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연구만 하고 나머지는 꽤나 자율적인 연구를 하게 되었다(최소한의 연구는 정량적인 것이 아니라 방향을 의미한다).

그러다보니, 현재 진행 중인 연구와 작성 중인 논문들이 대부분 내가 처음부터 구상하고 작성한다. 당연히 교수님과의 디스커션을 꽤 진행하지만 대부분 내 의견을 수용해주고 조언 정도만 해준다. 즉, '내가 하고 싶은 연구'의 범위가 학생때보다 넓어졌고, 그 재미로 연구 속도에 가속이 붙는다. 아마도 포닥 후에 연구원이든 교수든 자리를 잡게 되면 이 바운더리가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 새로운 점은 논문 작성뿐만이 아니라 논문 리뷰의 기회가 급증하였다는 것이다. 내가 투고한 저널들이나 출판사에서 내가 학위를 받은걸 아는건지 내가 주저자로 출판한 논문들이 학위 이후 증가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나의 Target Journal들 중에서 나에게 논문 리뷰 요청이 꽤 오기 시작했다.

왠만하면 나는 거의 다 수락해서 리뷰를 한다. ORCID에도 실적으로 등록이 되서 좋기도 하고, 무엇보다 요즘은 논문 작성때문에 다른 사람이 작성한 논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볼 기회가 적은데 이렇게라도 논문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내가 핫바리 연구자라 그런지 리뷰 요청이 오는 논문들은 주제가 좀 애매하다거나 뭔가 리뷰를 맡을 사람이 없어서 나까지 온 느낌이 좀 들긴한다. 내 연구 분야와 완전히 100% 일치하는 것도 아니고, 좀 특이하거나 수준이 애매한 논문들이 많았다. 그래도 일정 수준이상의 저널이라 그런지 읽는것도 재미있고 특히, 논문 리뷰를 다 하고 나면 뿌듯한 느낌이 좋다.

 

주절주절 말이 많았으나 이번 글에서 말하고 싶은 내용은,

논문 쓰기와 리뷰는 또 다른 느낌이다. 논문 리뷰를 100번한 사람이라고 논문을 잘쓸까? 그건 아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떤 아이디어를 생각하여 연구를 착실하게 해서 쓰는 과정하고, 남이 한 연구를 객관적으로 검토하는 것하고는 완전 다르다는 이야기다.

 

나의 경우, 논문 리뷰를 할 때에는 방법적인 것들은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려고 한다. 어떤 연구에 있어서 A라는 방법으로 나는 주로 진행하고 배웠는데, 이 사람은 B라는 방법으로 했으면 나는 근본적인 오류나 실수 등만 검토하지 그 방법 자체를 크게 건드리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내가 B라는 방법을 잘 알고, 현재 연구에서 맞지 않는 것이라면 다른 이야기다.

이런 것들 외에 나는 Major comment로, 이 연구로 어떤 것을 내가(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가, 우리 분야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창의적이고 독창적인가, 연구와 논문 작성을 꼼꼼이 하였는가와 같은 큰 그림을 보려고 애쓴다.

사실 이 과정은 논문의 내용을 왠만큼 이해를 해야 판단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과정이 쉽지 않다. 그래서 더 꼼꼼이 읽을 수 밖에 없게 되고, 거기서 발견한 세부적인 오류나 개선할 점들은 Minor comment로 넘어가는 것이다.

 

나는 논문 리뷰가 어떻게 보면 논문 작성보다도 더 난감하고 머리가 아픈 경우가 많았다. 결론적으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논문 리뷰의 실력이 늘면 아마 내 논문도 객관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생기고, 나아가 내 논문 퀄리티의 상승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나와 같은 프레시 박사이신 분들은 아마 논문 리뷰 요청이 많이 오기 시작할건데, 주제가 이상해도, 시간이 없어도 왠만하면 수락을 해서 시간을 투자하면서 리뷰실력을 키우길 추천한다!